고전을 왜 읽는가

Italo Calvino, “Why Read the Classics”

  1. 고전이란 흔히 ‘되풀이해서 읽어야 할’ 혹은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라고 일컫는 책이다.
  2. 우리는 ‘고전’이란 단어를, 그것을 읽고 아끼는 이들이 높이 평가하는 책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지만, 그것들을 즐길 최적의 조건에서 처음 마주친 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높이 평가된다.
  3. 고전이란,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서 기억해야만 할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든, 집단적 혹은 개인적 무의식으로 변장한 기억의 다발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을 때든, 언제나 고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책을 말한다.
  4. 고전을 다시 읽는 것은 언제나 그것을 첫번째 읽었던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항해와 같다.
  5. 사실상,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다시 읽는 것이다.
  6. 고전은 그것이 말해야만 하는 바를 그침없이 계속하는 책이다.
  7. 고전은 인류가 이전에 낳아놓았던 사유들의 흔적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그러한 자취 속에서 인류가 남겨놓았던, 이제까지 영위해온 문명과 문화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언어와 관습을) 전수받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8. 물론 고전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9. 고전을 읽으면 거기에 우리가 그것에 대해 주워들어 생각한 것보다 더 불가사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새로움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10. 우리는 책에서 ‘고전’이란 단어를, 그 책이 고대의 성스러운 물건처럼 우주와 동등한 형태를 취할 때 사용한다. 우리는 이러한 정의에 따라 말라르메가 상상했던 “완전한 책”에 대한 생각에 다가서게 된다.
  11. 고전의 저자들은 우리가 무관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우리 자신과의 연관 속에서 심지어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의심 속에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다.
  12. 한 고전은 다른 고전들이 등장하기 전에 주어지는 책이다. 그러나 이것을 먼저 읽든 저것을 먼저 읽든 간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고전의 계보 속에서 그것의 자리를 알아챌 수 있다.
  13. 고전은 특정한 국면에 연관된 것을 부수적인 것으로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이 부수적인 것들을 고려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14. 고전은 매우 모순되는 국면적 연관들에 의해 상황이 제어되고 있을 때 조차도 그것을 사태의 부수적인 것으로 고수한다.